한국 커피 명인들의 집합소

현재의 커피 마을이 생기기 이전, 안목 해변은 그저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1980년대부터 커피 자판기가 있던 것이 전부였다.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 놓인 이 자판기들은 이내 ‘길 카페’라고 불리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판기의 수가 확연히 줄어 찾아보기 힘들지만, 남아있는 자판기에서 동전 몇 개로 달달한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설탕, 밀크, 블랙의 믹스커피가 아닌 콩가루, 미숫가루 등의 잡곡 등 색다른 맛과 향의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바다를 보며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강릉 하면 ‘정동진’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겠지만, 강릉시의 또 다른 화두는 단연 ‘커피’다. 커피 명소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강릉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강릉시 연곡면에는 커피 명인 박이추 씨의 카페가 있다. 원두를 볶아 커피를 추출하는 로스팅 문화를 퍼뜨린 선구자인 그. 원두를 강하게 볶아 진한 맛을 우려낸 일본식 커피 맛이 일품이다. 지금의 안목 커피거리는 2000년대 초 박이추 선생을 비롯한 커피명인들이 안목항에 모여들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름난 카페들은 물론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330여 곳이나 모여 있다.

안목 해변 대부분의 카페는 바다를 전망하기 좋은 2층의 야외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지중해풍 건물의 인테리어와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묘미다. 다방 커피, 로스팅 커피, 드립 커피, 사이폰식 커피 등 추출 방식과 사용하는 원두도 다양해, 카페마다 색다른 커피를 마셔볼 수 있다. 커피와 함께 곁들여 먹는 수제 케이크와 파이, 쿠키 등 디저트류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낭만

바다와 접한 안목 커피거리는 이국적이거나 정갈하게 정돈된 도심의 카페와는 다른 낭만이 있다. 바다는 커피 향을 더 분위기 있게 만든다. 백두대간이 걸러낸 석간수가 만들어낸 커피 맛은 주변의 바다와 산과 어울려 더욱 특별한 낭만과 여유를 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안목 커피거리는 커피 산업의 발전과 지역 경제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안목항을 비롯하여 이를 벤치마킹한 정동진, 경포대에도 커피거리가 생긴 후 강릉 전체가 커피 특구로 지역 브랜드화되면서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 주변의 숙박업소와 식당도 덩달아 늘어났음은 물론, 커피거리 일대 주변 상권이 더욱 두텁게 형성되었다.
 

이 기세에 힘입어,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강릉커피축제는 다양한 커피 전문점들과 커피 회사의 참여로 강릉시의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크고 작은 카페가 운영하는 100여 개의 부스에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다채롭고 이색적인 커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여러 커피 장인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커피 제조 과정 시연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 할인된 가격에 원두와 커피 도구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커피 로스팅, 커피 추출체험, 커피 공예·수공예 체험, 이 밖에도 무료 커피 시음, 음악회, 전시회, 학술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